‘KT 종속 경영’에 시장마저 등 돌린 스카이라이프

‘9:1’ KT편향 이사회 구조부터 바꿔야

“사추위 통한 사장 공모, 중립적 이사 선임해야”

▲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언론노조 스카이라이프지부, KT민주동지회 등이 지난 9일 오전 KT 광화문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카이라이프 사장 공모 재개와 중립적 이사 선임을 촉구"하고 있다. (촬영=언론노보 임학현 기자)

KT스카이라이프(이하 스카이라이프)는 2001년 국민의정부 시절 국책사업으로 설립된 국내 유일의 위성방송사업자다. ‘통일시대 방송서비스 구축’과 ‘난시청 해소’ 등의 책무를 갖고 있어 사실상의 공적 자산이다. 이런 스카이라이프의 공공성 강화가 시급하다. 경영상 위기를 극복하고 위성방송사업자로서의 제 역할을 다하게 할 근본적 체질 개선이 요구된다. 

스카이라이프는 오는 3월 열릴 주주총회에서 새 사장과 이사들을 선임하고, 올해 말에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재허가 심사를 받는다. 바꾸려면 지금 바꿔야 한다. 꾸준히 문제가 제기 됐던 KT 편향적 경영구조와 낙하산 사장 임명 방식에서 벗어나야 지속가능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스카이라이프지부(지부장 장지호)는 스카이라이프의 현 상황을 ‘불안한 안정’이라 진단한다. 대주주인 KT 출신 강국현 사장과 대다수 이사들이 스카이라이프를 KT에 속한 일개 본부처럼 여기고 있는 것, 그리고 경영상황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것이 불안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정’ 속에 있다고 보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영업이익 때문이다. 스카이라이프는 2019년 한 해 동안 67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보인다.

 

◆ 영업이익에도 등 돌리는 시장…2년 새 주가 ‘1만 2,000원 → 8,000원’

67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에도 스카이라이프의 경영 상황은 악화일로다. 시가총액은 지난 2년 사이에 약 2,000억원이 증발했다. 주가는 2018년 3월 강국현 사장이 사장후보로 지명된 이후 1만 2,000원대에서 1월 10일 현재 8,220원까지 곤두박질쳤다. 가입자 수는 순감하고 있으며 가입자평균매출액(ARPU) 역시 날로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영업이익이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지호 언론노조 스카이라이프지부장은 “회사가 돈을 안 쓰기 때문일 뿐”이라고 전했다. 장지호 지부장은 지난 8일 <언론노보>와 만난 자리에서 “(회사가) 텔레비(TELEBEE, OTT서비스) 사업도 없애버렸고, 굿샵(goods#, T2O 미디어커머스) 사업도 흐지부지 됐다”며 “회사가 기본적으로 ‘돈을 안 쓴다’는 생각이 강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투자는 줄이고, 눈 앞의 영업이익 스코어만을 좇는다는 것이다. 그런식으로 ‘현상유지’만을 목표로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현상유지조차 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장 지부장에 따르면, 요즘 유료방송사업자들이 실질적으로 흑자를 보는 것은 홈쇼핑 채널의 판매 수수료와 광고수익 덕분이다. 가입자들의 사용료만으로는 사업 비용조차 충당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홈쇼핑 채널의 판매 수수료와 광고수익 등과 같은 부가 수익이 있어야만 흑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카이라이프가 홈쇼핑 채널들을 통해 거둬 들이는 판매수수료는 한 해 1,000억원 정도다. 하지만 가입자가 순감세로 돌아선 상황에서 향후에도 이같은 부가 수익을 꾸준히 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적극적인 사업 투자와 영업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 지부장은 “회사가 영업이익으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 비판한 뒤, “쥐어짜서 3~4년은 가겠지만 지금처럼 투자와 영업이 없으면 가입자만 줄고 결국 망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가 줄어드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스카이라이프 존속에 독이 되는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다. 2018년 10월 스카이라이프는 케이블TV 딜라이브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관련해 내부에서는 ▲합산규제 재도입 논란의 촉발 우려 ▲스카이라이프의 이익과 시너지 효과의 모호성 ▲투자금액 대비 수익이 적은 점 ▲KT가 딜라이브 가입자들을 자신들의 OTV(Olleh TV) 가입자로 유도함으로써 스카이라이프를 ‘가입자 곳간’으로 전락시킬 위험성 등의 지적이 이어졌다. 스카이라이프 입장에서는 이익보다 손해가 많고, 사실상 스카이라이프가 아닌 대주주 KT의 이익을 위한 인수라는 것이다.

당시 언론노조 스카이라이프지부도 스카이라이프의 딜라이브 인수 시도에 대해 2018년 12월 14일 성명을 내고 “이번 딜라이브 인수 추진 과정에서 대주주 KT를 위한 ‘청부인수’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KT의 이익과 시너지에 복무하는 사측의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결과적으로 스카이라이프의 딜라이브 인수 시도는 무산됐다. 하지만 이같은 결정을 내렸던 강국현 사장 이하 다수 이사들에 대해 스카이라이프 소액주주들은 실망감만 안게 됐다. 그들이 스카이라이프가 아닌, KT의 이익만을 위해 복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장 지부장은 8일 “주주들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이같은 인수를 추진했던 것이 주주들로 하여금 ‘이게 제대로 된 회사인가’라는 의심을 하게 만들었다”며 “이른바 ‘KT 종속 경영’ 때문에 주주권이 침해 됨과 동시에 시장이 스카이라이프에 등을 돌린 것”이라 말했다. 

 

◆ ‘9:1’ 이사회…스카이라이프, 식민지 전락

스카이라이프의 이사 정원은 11명이다. 현재 공석인 1명을 제외한 10명은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5명, 기타비상무이사 3명으로 각각 구성돼 있다. 이들 중 KT 전현직 출신 인물은 사내이사 2명, 기타비상무이사 3명, 사외이사 1명 등 모두 6명이다. 이사진의 절반 이상을 KT출신 인물들로 채운 셈이다.

여기에다 KT출신 인물들이 다수인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남은 4명의 사외이사 중 KBS 출신인 이사를 제외한 나머지 3명도 친(親)KT 인사로 분류된다. 9:1로 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9:1’의 이사회 구도는 스카이라이프를 KT의 ‘일개 본부’로 전락시켰다. 딜라이브 인수 시도에서 볼 수 있듯이, 스카이라이프가 자사의 이익이 아닌 대주주 KT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흐름은 스카이라이프 가입자의 ‘KT 전환’으로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2019년 3월, 언론노조 스카이라이프지부는 성명을 내 “강국현 사장이 KT와 제휴상품인 OTS(Olleh TV Skylife) 가입자의 KT OTV(Olleh TV) 전환을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8년 위성전용 가입자는 7만 6,622명 늘었으나, OTS에서 16만 7,977명이 줄어 가입자 순감을 기록했다”며 “KT에 도움되는 일 이외에 크게 관심이나 의지가 없는 강국현 사장 체제 하에서 가입자 순감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KT 출신인 강국현 사장은 자질 면에서도 공적 역할을 수행해야 할 스카이라이프의 사장으로서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19년 3월 있었던 스카이라이프 제18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논란이 된 이사들을 선임하기 위해 강 사장이 주주들의 발언권을 봉쇄하고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사건이 있었다. 이에 언론노조 스카이라이프지부는 같은 해 11월 ‘주주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한 상태다. 또한 스카이라이프의 자회사 스카이라이프티브이의 윤용필 사장은 2018년 9월과 2019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자사의 자산인 <000 골프 회원권>을 이용해 강 사장에게 골프장 부킹을 잡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윤 사장은 또한 강 사장과 그의 부인에게 고급 가죽 핸드폰 케이스를 제공하는 등 금품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스카이라이프와 스카이라이프티브이는 모두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인 회사다. 더욱이 강 사장은 자회사인 스카이라이프티브이의 사업에 크나큰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윤 사장에 대한 임면권까지 행사할 수 있는 자리에 있다.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를 판가름하는 데 필수적인 두 사람 사이의 직무관련성이 매우 큰 관계라 할 것이다. 지부는 의혹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를 해 둔 상황이다. 지부는 “이번 사태는 사실상 황창규의 KT가 만들어낸 위성방송 사유화의 산물”이라 규정하며, “이번 국민권익위의 조사가 새로운 경영자를 통해 새로운 도약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장지호 언론노조 스카이라이프지부장이 지난 9일 오전 KT 광화문 본사 앞에서 열린 '스카이라이프 사장 공모 재개와 중립적 이사 선임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촬영=언론노보 임학현 기자)

 

◆ 자율경영 보장, 스카이라이프 존속의 ‘필요조건’

오는 3월 열릴 스카이라이프 주주총회에서 사장이 새로 선임되고 임기가 끝난 이사 6명이 바뀔 예정이다. 그래서 언론노조와 지부는 이번이 스카이라이프의 공공성을 회복할 좋은 기회라 보고 있다. 지난 9일 언론노조와 지부는 서울 광화문 KT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카이라이프 사장 공모의 재개와 중립적 이사 선임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은 “KT의 구현모 사장이 새로 선임 됐고, 이런 상황에서 자회사인 스카이라이프의 공공성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언론노조와 시민사회의 공통된 목소리”라며 “스카이라이프의 신임 사장은 사장추천위원회를 통한 공모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지호 지부장은 더 나아가 “KT에 장악된 이사회로는 사장 공모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한 뒤, “주주, 시청자위원회, 방송언론학계, 언론시민사회, 노동조합 등이 추천하는 사추위가 새롭게 구성 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 지부장은 이어 “(주총이 열리는) 3월 말까지 시간은 충분하다. 위성방송이 공공의 역할을 수행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어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토대가 무엇인지 확실히 인식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함께 자리한 안진걸 민생연구소장은 ‘소액주주 운동’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스카이라이프에는 스카이라이프 나름의 발전방향이 있는데 그것을 경영진이 봉쇄한다면 그것은 주주들과 구성원, 그리고 시청자들이 용납할 수 없다”며 “3월 주총을 앞두고 언론노조 스카이라이프지부가 소액주주 운동에 나선다면 경험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대거 합세할 것”이라고 연대 의사를 밝혔다. KT민주동지회의 임희찬 의장은 “KT와 스카이라이프는 동반성장해야 하는 파트너”라며 “KT민주동지회 역시 언론노조 스카이라이프지부의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하겠다”며 힘을 실었다.

아래는 1월 9일 언론노조 주최 “위성방송 공공성 강화 촉구 기자회견” 기자회견문.

 

스카이라이프 사장 공모 재개와 중립적 이사 선임을 촉구한다

위성방송의 공공성 강화와 지속 가능한 존립을 위해 공정한 사장 공모와 중립적 이사 선임은 매우 중요하다. 위성방송 출범 취지에 맞게 이를 공적 자산으로 되돌리고 통신 재벌의 독과점이 우려되는 유료방송업계에서 와치독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케이티스카이라이프의 자율경영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스카이라이프가 대주주 KT의 과도한 경영 지배로 위성방송 공공성 제고와 역할 강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제기돼 왔다. 또한 시장으로부터도 혹독한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KT‘낙하산’강국현 사장이 대표이사로 임명된 후 지난 2년 동안 2,000억 원에 육박하는 시가총액이 사라졌고, 1만3천원 대였던 주가는 추락해 지금은 8천 원마저 무너질 위기이다.

현재 스카이라이프 지배구조는 KT 중심으로 쏠려 있다. 10인의 이사회에서 KT 전현직이 6명으로 과반수이고, 4인의 사외이사추천위원회 역시 3명이 KT 전현직으로 구성돼 있다. 스카이라이프의 사장과 이사를 사실상 대주주 KT가 결정해 온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와 국회의 지적이 잇따르자 KT는 2018년초 스카이라이프의 사장 공모를 진행하기도 했지만 당시 사장 내정자가 공직자 자격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낙마했다. 이후 KT는 사장 재공모가 아니라 KT 출신의 강국현 당시 부사장을 사장으로 임명했고 지금에 이르렀다.

2020년 KT는 새로운 사장 선임 등을 거치며 국민기업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KT가 공기업으로 출발했고 주요 자산에 국민의 돈이 투입됐기 때문이다. 위성방송 역시 KT와 지상파 방송사가 참여한 국책사업자로 출발했고 난시청 해소와 통일 미디어로서의 공적 책무를 수행하고 있다. 지금부터 사장공모와 이사선임 절차를 시작하면 3월말 주주총회 때까지 시간은 충분하다. 대주주의 의지가 문제이다.

스카이라이프 사장 공모를 반드시 재개하고 대주주로부터 중립적인 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더 이상 위성방송의 공적 역할과 미래를 KT의 이해관계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오정훈)은 △공정하고 투명한 사장 공모 실시 △주주, 시청자위원회, 방송언론학계, 언론시민사회, 노동조합 등이 추천하는 사장추천위원회 구성 △사외이사추천위원회 구성을 개선하고 투명하고 공개적인 심사 진행 △위성방송이 국민과 통일 한반도를 위한 공적 자산으로 존립하기 위한 스카이라이프의 자율경영 보장을 요구한다.

위성방송은 국민과 통일된 한반도를 위한 공적 자산이어야 한다. 우리는 앞으로 위성방송의 사유화를 막고 공적 자산으로 정상화하는 노력을 노동단체, 시민사회, 국회, 정부 등 우리와 뜻을 함께하는 단위들과 계속해 갈 것이다. 지금은 대주주 KT가 우리의 요구에 응답할 차례이다. (끝)

 

2020.01.09

전국언론노동조합

 

저작권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