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지주회사 TY홀딩스 신설・분할 시도

윤창현 SBS본부장 “지상파 독립성・공공성 위협”

“방통위 심사, 지상파 미래 가늠하는 변곡점 될 것”

SBS의 대주주 (주)태영건설이 지주회사 TY홀딩스체제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언론계 시민사회단체 및 언론단체들이 “지상파 방송의 공공성 유지를 위해 방통위가 최대주주 변경을 불허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국민 참여 방송법 쟁취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은 지난 27일 경기도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는 TY홀딩스 지주사 전환 계획을 불허하라”고 촉구했다.

 

시민행동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방통위는 방송법과 공정거래법에 따른 TY홀딩스 불가 입장을 5월 13일 임시주주총회 승인 이전에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태영건설의 분할계획서에 따라 임시주주총회가 진행될 경우 주주와 시장의 혼란은 물론이고 지상파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책임져야 할 방통위의 책무를 방임하는 꼴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태영건설은 임시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6월 30일 지주회사 TY홀딩스를 신설하고, 태영건설을 TY홀딩스의 별도의 자회사로 두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태영건설은 이같은 계획을 지난 1월 22일 금융감독원에 공시했다.신설・분할의 목적으로 내세운 것은 ‘기업지배구조 강화, 경영효율성 및 투명성 제고’ 등이다. 태영건설의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현재의 ‘태영건설-SBS미디어홀딩스-SBS-SBS 자회사’ 형태의 수직구조가 ‘TY홀딩스-SBS미디어홀딩스-SBS-SBS 자회사’체제로 재편된다.

 

태영건설 입장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증손회사인 SBS 자회사의 지분 처리 문제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에 따라 지주회사의 손자회사(SBS)는 증손회사(SBS 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나온 것이 SBS 기획팀이 작성한 ‘태영 지주사 신설에 따른 영향 검토’ 문건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2016년 6월 작성된 해당 문건을 입수, SBS 사측이 자회사에 대한 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5가지 방안을 은밀히 검토해 왔음을 확인했다.

2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입수한 문건을) 뜯어봤더니 방송사로서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사업의 영위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자회사들을 모조리 팔아 치우든가, 아니면 지분을 추가로 사들이기 위해 SBS가 수백억 원의 비용을 부담하는 방안들이었다”며 “그 5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적용되면 지상파 방송인 SBS는 공공성은커녕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위기에 빠지게 된다”고 비판했다.

 

드러난 문건에서 태영건설은 크게 두 가지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첫번째는 증손회사인 SBS 자회사의 지분을 재편해 규제를 충족(지분 100% 확보)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법인 합병으로 현재의 SBS미디어홀딩스체제를 해체하고 대주주에 의한 직할 지배체제를 구축함으로써 SBS 자회사의 지분문제를 해소하는 것이다.

 

SBS 자회사의 지분을 재편하는 데는 여러 제약이 따른다. 우선 SBS가 자회사들의 지분을 100% 확보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다. 당장 SBS M&C(민영 미디어렙)만 하더라도 방송광고법상 SBS가 40% 이상의 지분을 소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함께 고려된 SBS 자회사들의 지분을 제휴사나 타인 또는 SBS미디어홀딩스에 매각하는 방안은 사업 시너지 효과나 SBS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오히려 독이 되는 카드다.

 

그래서 태영건설이 다음으로 고려한 방안이 SBS미디어홀딩스체제를 해체하는 것이다. SBS미디어홀딩스와 SBS를 합병하는 방안, 그리고 TY홀딩스와 SBS미디어홀딩스를 합병하는 방안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어떤 식의 합병을 추진하든 ’TY홀딩스-SBS’의 직접지배의 구조가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 지분 규제를 피하겠다는 심산이다. 이는 SBS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어렵사리 마련한 ‘SBS미디어홀딩스를 통한 간접지배 방식’을 파괴하고, 대주주가 지상파 방송을 사적으로 장악하도록 만드는 방식이기도 하다.

 

윤 본부장은 “TY홀딩스체제로의 전환 문제는 경영권 방어 위기에 놓인 윤석민 회장이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철저한 사익추구 행위”라면서 “이런 사익추구행위의 과정 속에서 SBS의 지배구조와 사업구조, 더 나아가 지상파 방송의 미래가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언론노조 SBS본부와 SBS 구성원은 지상파 방송으로서의 공공성, 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은 소중한 권한을 지켜내기 위해서 끝까지 싸워나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은 방송통신위원회에 넘어가 있다. 방통위가 지상파 방송의 최대주주 변경 심사를 담당하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석운 시민행동 공동대표는 “태영건설은 방송사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서 대주주가 방송에 개입하지 못 하도록 만들어놓은 여러 사회적 장치와 합의를 태영건설은 꼼수로 회피하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지상파 방송사를 사기업 운영하듯 하는 것을 방통위는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또한 “방송의 주인은 그것이 민영방송이든 공영방송이든 국민이고, 국민이 방송사에게 허가를 내 준 것에 다름없다”면서 “방송사의 지배구조 혹은 경영의 틀과 구조를 바꾸는 일은 방송의 주인인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이 공적 책무를 다하고 독립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행정기구인 방통위는 대주주에 의한 SBS의 방송 사유화를 반드시 막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방통위의 SBS 최대주주 변경심사는 단지 한 방송사의 대주주를 바꾸는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상파 방송 체제의 미래를 가늠하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면서 “심사를 하는 것은 방통위지만 진짜 시험대에 오르는 것은 방통위 스스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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