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언론인에 “‘자유언론 실천’ 충실해달라” 호소

이부영 이사장, ‘동아투위 판결’에 ‘朴정권과 거래’ 의혹 제기 

오정훈 위원장 “동아일보 청산 위해 끝까지 싸울 것”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이하 동아투위)가 현직 언론인들에게 “언론자유라는 막연한 단어에 기대기보다는 ‘자유언론 실천’이라는 적극적 이념에 충실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동아투위와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계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7일 동아일보사 사옥 앞에서 동아투위 창립 45주년 기념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언론 실천’은 진정한 언론인의 영원한 사명이자 과제이며 지금도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아투위는 기자회견문에서 “오늘날 언론이 자유와 권리를 마음껏 누리고 있지만 나라의 민주화와 겨레의 통일을 위해 진지한 자세로 보도와 논평을 하는 매체가 아주 적다는 사실을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면서 “현직 언론인들에게 ‘자유언론 실천’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동아투위는 1975년 3월 10일 동아일보・신동아・여성동아 등의 기자들과 동아방송 피디・아나운서 등 150여 명이 모여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하면서 그 결성이 구체화 됐다. 선언문은 ▲신문・방송・잡지에 대한 외부 간섭의 배제 ▲기관원의 출입을 거부 ▲언론인의 불법 연행을 거부하고 불법 연행이 자행될 경우 그가 귀사 할 때까지 퇴근하지 않기 등을 골자로 했다. 

 

선언이 발표된 후 박정희 정권은 참여자를 차례로 해직 또는 징계하다, 급기야 같은 달 17일 폭력배 200여 명을 동원해 동아일보 사옥 내에서 농성을 벌이던 언론인 150여 명을 폭력으로 사옥 밖으로 몰아내기에 이른다. 내쫓긴 언론인들이 그 길로 지금의 프레스센터에 모여 결성한 것이 동아투위다.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유언론실천의 정신은 지금도 절실하다”면서 “자유언론 운동을 하는 현역 언론인과 자유언론을 사랑하는 국민과 함께 앞으로도 계속 지금껏 걸어온 길을 꿋꿋이 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동아투위에 대한 대법원 판결들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동아투위는 과거 자신들의 대량해고에 박정희 정권이 개입했다고 주장하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금 청구 소송을 2009년에 제기했다. 이에 2014년 대법원 제2부 주심 신영철 대법관은 “국가가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이라 판단해 동아투위의 손해배상금 청구권을 인정하면서도, 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 결정을 받지 않고 생활지원금을 수령한 원고들에 대해서는 청구를 각하했다. 

 

이에 대해 이부영 이사장은 “진실・화해위에 대한 진상규명 신청은 단 한 사람의 동아투위 위원이 해도 가능한 일이었는데도 법적으로나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판결을 신영철 대법관이 했다”면서 “손해배상금 청구 소송을 뒤헝클어 놓은 사악한 법관의 표본”이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가 진실・화해위의 진상규명 결정에 불복해 2009년 취소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서도 대법원 판결은 동아일보의 손을 들어줬다. 2015년 5월 대법원 제2부 민일영 대법관은 “동아일보에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지 않았고 정권의 요구해 굴복해 기자들을 해직했다는 인과관계도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이에 이 이사장은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이 박정희 정권의 죄악을 세탁하는 것을 조건으로 박근혜 정권과 거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의 설치를 위해 판결로써 박근혜 정권의 정치적 이익을 대변했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전현직 대법원장, 대법관들이 박근혜 정권과의 거래 속에 박근혜와 동아일보사에게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내는 역할, 즉 사법농단을 저질렀다고 보는 것은 합리적 의심”이라고 말했다.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은 “45년 전 선배님들이 자유언론실천 투쟁에 청춘을 바치지 않았다면 우리 언론노조 1만 5천여 조합원이 지금 이 순간 취재와 제작의 현장에 있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아직도 색깔론과 반노동・반민주적 보도를 일삼고 있는 동아일보의 청산을 위해 조합원들과 함께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동아투위 결성 45주년을 이틀 앞두고 고인이 된 권근술 동아투위 위원(전 한겨레신문 사장)의 소식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기자회견에는 권 위원의 손자인 권민수씨가 고인의 영정사진을 들고 자리에 함께했다. 이부영 이사장은 추모사에서 “권 형. 마음 편히 가시게. 부드럽고 강인했던 나의 친구여”라고 고인의 넋을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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