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시민사회계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 함께 해결해야” 한 목소리

유족 이대로 씨 “형의 억울함 풀 수 있도록 내부 구성원 나서달라” 

고 이재학 CJB청주방송 PD의 49재 추모 결의대회가 지난 23일 CJB청주방송 앞에서 열렸다.

 

고인은 CJB청주방송에서 14년 동안 비정규직 PD로 일하다,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부당해고를 당했다. 이후 법원에서 근로자성을 다투는 과정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날 결의대회에 앞서 열린 49재는 태고종 진화스님과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혜찬스님 등이 주관하는 가운데 엄숙하게 거행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모인 200여 명의 참석자들은 고인의 넋을 함께 위로하며 영정 앞에 절을 하기도 했다. 

 

뒤이어 열린 결의대회에서 발언자들은 ‘고인의 억울함을 풀고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대하겠다’는 입장을 차례로 내놨다.

 

김영석 언론노조 충북협의회 의장(언론노조 MBC본부 청주지부장)은 “너무 늦었지만 언론노동자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송사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해야 할 때”라면서 “지금까지 언론노동자들이 공정방송, 지배구조 개선,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수많은 투쟁과 파업을 해왔지만 막상 내부의 노동 문제에 있어서는 소홀했던 것에 대해 철저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석 의장은 또한 “노동자의 권리와 노동의 가치 그리고 인권의 가치를 훼손한다면 언론의 사명 역시 다할 수 없다”면서 “비정규직 제도의 개선과 차별 없는 세상이라는 고인이 남긴 숙제는 언론노동자 모두의 숙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의 혜찬스님은 “방송현장에는 여전히 제2의, 제3의 ‘이재학’이 많이 있다”면서 “그들과 연대하고 함께 투쟁해서 고인이 남긴 숙제를 풀고 억울한 죽음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산재로 사망한 고 김용균 비정규직 노동자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도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숙 대표는 “일하다가 억울하게 죽어가는 사람이 너무 많다”면서 “저도 힘을 보태어 이렇게 돌아가시는 분이 없도록 열심히 싸우겠다”고 말했다. 

 

유가족 대표로 마이크를 잡은 고인의 동생 이대로 씨는 CJB청주방송측이 진상조사위원회 활동을 오히려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사 측이 진상조사위원회의 사측 위원을 선정하지 못 한 것을 핑계 삼아, 진상조사위원회의 활동 자체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이씨는 CJB청주방송 구성원들에게 내부에서 나서 주기를 촉구하며 “형은 생전 다른 동료들을 위해 외롭게 싸웠다. 지금이라도 형이 외롭지 않고 억울함을 풀 수 있도록 함께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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