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경기지역 새방송 공모 촉구 기자회견 열어

청취권 잃은 경기도민, 경기방송 노동자 장기실업 고통 지속

언론시민단체, 더 이상 지체말고 새사업자 공모 나서야 ‘한목소리’

 

정파 199일째를 맞은 경기방송의 새 사업자 공모를 촉구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4일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경기지역 새방송 공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가 조속히 새 사업자 공모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언론노조 동지들과 정파 199일째를 맞은 경기방송지부 조합원들, 경기민언련 등 ‘새로운 999 추진위원회’에서 힘을 보태고 있는 경기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및 경기방송 애청자 등이 함께했다.

 

언론노조는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업자 공모를 미루는 사이 200일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며 “1350만 경기도민들의 청취권은 철저히 무시됐고, 일방적으로 정리해고된 방송 노동자들은 장기실업의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고 썼다.

 

이어 언론노조는 “‘조속히’ 사업자 공모를 실시하겠다던 방통위가 ‘조속히’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일갈했다. 그 사이 방통위원 절반이 새로 임명됐고, 담당 공무원도 자리를 바꾸면서 일정만 더뎌지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언론노조는 방통위가 당장 사업자 공모안을 확정하고, 공모절차에 돌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오랜 시간이 흐른 방통위의 공모 지연 사태를 더 이상 인내하지 않겠다는 뜻도 전했다.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은 “경기방송 정파 사태가 벌써 6개월이 넘었다. 경기방송 조합원들은 폐업으로 인한 해고로 고통받고 있고, 경기도민들은 당연히 누려야 할 정보주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면서 “경기지역을 대표하는 유일한 지상파 라디오인 경기방송의 새사업자 공모가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공모절차가 조속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투쟁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도 강하게 내비쳤다.

 

김명래 언론노조 경인협의회 의장은 “흑자를 내던 방송사가 노동조합의 핑계를 대고 무책임하게 방송사를 폐업했다. 이 과정에서 방통위는 방송의 공적 책임을 제고하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느냐”며 “시청자 권익 증진 위해 조속하게 공모 절차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방통위는 행정 절차만 이야기하고, 수수방관해 왔다”고 꼬집었다.

 

김 의장은 “경기도민의 청취권, 이용자의 권익 보호에 대해 방통위는 어떤 입장을 갖고 있나.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아무런 대책없이 방치한다는 것은 지역에 대한 차별”이라며 “방통위는 경기방송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즉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민진영 경기민언련 사무처장은 “경기도민들이 경기방송을 애청하는 이유는 우리 지역의 소식을 전해주기 때문”이라며 “지금도 많은 이들이 경기방송이 왜 폐업을 했고, 언제 다시 방송이 재개되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방통위는 아무런 해명도 없이 약속한 공모절차를 지연하고 있다. 이는 경기도민들의 알권리, 행복추구권을 심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민 사무처장은 “오늘 우리는 방통위에 부탁을 하러 온 것이 아니다. 방통위가 해야할 일을 하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라며 사업자 공모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뷰] 장주영 전국언론노동조합 경기방송지부장

 

▲경기방송은 폐업 후 6개월 가량이 지났습니다.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지난 5월 7일 경기방송 폐업으로 인해 해고된 이후 지금까지 6개월째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계를 위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분도 계시고, 보험을 해약하신 분도 있고, 심지어는 이사를 가신 분도 계십니다. 조합원들 모두가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경기방송 폐업의 이유에 대해 아무도 정확하게 모르시더라고요. 이건 폐업을 결정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건데, 사람 마음을 읽을 수는 없으니까. 다만, 경기방송에 속해 있는 노동자로서, 그리고 노동조합으로서 살펴보면 저희는 한마디로 ‘방송사주가 방송법을 지키고 싶지 않아서 폐업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방송사주가 방송법을 지키기 않으려고 폐업했다는 말씀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한 마디로 애기해서 경영진은 ‘방통위, 그러니까 관리감독을 하는 기관의 시정조치를 전혀 이행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방송권을 반납한 것이다’ 이렇게 노동조합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방통위 재허가 심사에서 경기방송이 처음에 ‘불허’ 판정을 받습니다. 경영투명성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과락을 맞았는데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사주가 전직원 회의를 소집해 ‘우리가 정말 재허가가 불발될 수 있다. 그럼 직장 다 잃는 거다. 그러니 탄원서를 써달라’고 얘기를 합니다. 노동조합은 일터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에 전직원을 대신해서 방통위에 탄원서를 제출했죠. 그래서 다시 한번 심사가 되는데 2019년 12월 30일 방통위는 조건부 재허가를 냅니다. 조건부 재허가의 이유는 ‘경기도민의 청취권 확보’와 ‘노동자들의 생존권 보장’이었습니다.

당시 방통위는 ‘모 전무이사의 전횡이 심하니 그를 경영에서 배제하고, 대표이사의 권한을 강화하라. 그리고 지금 경기방송 이사회는 비정상적인 구조니 사외이사 그리고 감사 등을 새로 공개채용하라’ 등의 조건부 재허가를 내립니다.

2020년 1월 14일 결과적으로 이사회에서 문제가 됐던 전무이사가 사임을 합니다. 그런데 한 달 뒤인 2월 20일 노동조합으로 공문 한 장이 옵니다. ‘경기방송을 폐업하겠다. 이사회에서 그렇게 결정을 내렸다’는 겁니다. 당초 1월 14일부터 2월 20일 사이에서는 언론노조를 중심으로 저희 경기방송 사주와 임금교섭 및 단체교섭을 하기로 약속이 돼 있었습니다. 그 약속을 이행하고 있던 와중에 돌연 ‘폐업하겠다’는 공문을 보낸 겁니다. 그 뒤 다시 한 달도 되지 않아서 3월 16일날 결국 정기주주총회를 통해서 페업을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립니다.”

 

▲경기방송지부가 준비 중인 새로운 999는 무엇인가요?

 

“저희가 3월 30일 정파가 됐는데요. 4월 6일 ‘새로운 999’ 제안 기자회견을 합니다. 언론노조, 언론노조 경기방송지부, 경기민언련, 경기공동행동,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그리고 경기시민단체 연대회의 이렇게 6개 제안단체가 중심이 돼서 새로운 999 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습니다.

목적은 단 하나입니다. 경기방송이 천민자본주의 그러니까 돈벌이만을 위한 방송사주에 의해 일방 폐업을 당했고 그로 인해서 경기도민의 청취권이 침해받고 있으니 새로운 999라는 방송의 공공성과 경기지역의 지역성, 노동존중을 3대 기치로 하는 새로운 방송사를 만들어야 되겠다는 한 마음에서 모든 시민단체가 힘을 합쳐서 출범하게 되었습니다. 현재까지 경기도의 114개 단체가 연대해 있습니다.”

 

▲새로운 999를 준비하며,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저희 지부가 바라는 거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조속한 공모 절차 착수입니다. 방통위가 경기방송이 정파된 시점에 보도자료를 낸 것이 있습니다. ‘정파 상태를 최소화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공모절차에 착수하겠다’는 내용인데 그 뒤로 지금 6개월이 지났습니다. 아직 방통위는 기본 계획도 그리고 구체적인 공모절차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건 명백한 직무유기라 생각을 합니다. 경기도민의 청취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방통위는 하루라도 속히 공모 절차에 착수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다시는 이런 사태가 반복되는 걸 막아야겠죠. 최근에 OBS 백 모 회장도 경기방송 사례를 비유 들어가면서 ‘언제든지 방송권을 반납할 수 있다’고 OBS의 노동조합을 협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 사례가 전례가 돼서 다시 이런 사건이 발생한다면 그 피해는 오로지 경기도민들 그리고 시민들이 받게 돼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한 지역방송사가 문을 닫은 일이 아닙니다. 1만5000명의 언론노조 동지분들 누구나 당할 수 있는 문제고, 지금 같은 경제 상황과 법제도 아래에서는 누구라도 자신의 일이 될 수 있다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래서 저희의 입장을 충분히 공감해주시고, 저희와 같이 싸워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지금 서명운동도 받고 있는데요. 서명에도 동참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다음에 경기도민분들, 저희를 그간 23년 동안 애청해 주셨던 분들이 지금 자발적으로 온라인 밴드 그리고 유튜브 구독을 해주고 계십니다. 저희 경기방송은 경기지역에서 방송을 해오면서 중앙방송 3사에 못지 않은 청취율을 자랑하고 있었고, 경기방송 청취자 분들의 특징이 굉장히 충성도가 높은 그런 청취자 분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아직까지도 경기방송을 그리워하면서 매일같이 밴드에 글을 올려주고 계십니다. 너무나 감사드리고요. 저희가 최대한 노력해서 하루빨리 방송이 재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