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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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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전두환의 죽음과 ‘소년’ 앞에 선 언론, 부끄러움을 아는가

등록일
2021-11-24 14:3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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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1

[성명] 전두환의 죽음과 ‘소년’ 앞에 선 언론, 부끄러움을 아는가

 문재학 열사. 1980년 5월 27일 새벽 전남도청에서 전두환 계엄군 총탄에 맞아 산화했다. 그때 그의 나이 열일곱. 소설가 한강의 ‘소년’이 된 문재학은 작가에게 “압도적인 고통”을 주며 “80년 5월에서부터 5년 뒤, 10년 뒤, 20년 뒤, 30년 뒤 천천히 넋으로 걸어오는 걸음걸이”가 됐다.
 이제 40년이 흘렀고, 2021년 11월 23일 전두환이 죽었다. 끝내 입 다문 채 죽어 온 시민 가슴에 ‘압도적인 고통’을 남겼다. 한국 사회는 ‘40년 뒤 넋으로 걸어온 소년’에게 해 줄 말이 있는가. 전두환과 함께 입 다문 언론은 ‘넋으로 걸어온 소년’ 앞에서 고개 들 수 있는가.
 같은 날 제33회 전국언론노동조합 창립 기념식에 선 권영길 초대 위원장은 전두환이 “총칼로 광주항쟁을 짓밟았”고 “광주 시민을 학살”한 데엔 “언론이 방조하고 함께했기 때문”이라고 꾸짖었다. “언론은 예나 지금이나 전두환이 역사적 사죄를 하지 않고 죽었다고 이야기”하지만, “전두환 군사 세력을 방조했던 언론이 먼저 사과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한 신문을 제외하고(는) 공식적으로, 언론사의 명의로 사죄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언론이 진정으로 다시 태어나지 않고(서는) 전두환의 범죄 행위를 질타할 수 없다”고 짚었다.
 부끄럽지 않은가. 광주 항쟁 시민이 고문 후유로 다리가 벌벌 떨려 밤새 걷다 울부짖을 때 어떤 언론은 ‘북한군’ 타령을 했다. 시민 가슴에 못질을 거듭했다. 그 언론사에서 불길처럼 맹렬한 ‘자유 언론 수호 투쟁’이 있었음을 헤아리면, 실로 기함할 노릇 아닌가. 오랫동안 민주 언론 숨통을 틀어쥔 그 언론사 사주와 기나긴 침묵 속에 안주한 그 언론사 후배는 광화문 광장으로 나가 무릎 꿇어야 마땅하다. 언론 자유를 지키려고 삶을 초연히 던지고 나선 선배 언론인과 민주 시민 앞에 선 채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빌어야 옳다.
 권영길 언론노동조합연맹 초대 위원장은 “언론 민주화를 통해 사회 민주화에 기여한다는 (언론노조) 창립 정신은 언제 어디서나 유효하고, 유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도 우리 사회는 민주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 했다. 특히 “KBS, MBC, 연합뉴스, 나아가 YTN까지 사장을 국민의 뜻에 따라서 선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 했다. “언론노조와 선배 언론인이 함께 잘 풀어 길을 찾아 주길” 바랐다.
 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언론 노동자들이 해야 한다. 작가 한강의 “압도적인 고통.” 그가 <소년이 온다>를 쓰며 거의 매일 울어야 했고, 온 시민에게 고스란히 전해진 그 고통. 우리가, 언론 노동자들이 앞장서 풀어 가야 한다. 이미 40년이나 늦었다.

2021년 11월 2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작성일:2021-11-24 14:36:50 1.217.161.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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