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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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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기업 발바닥 핥는 건 공론 아니다

등록일
2022-01-12 14:30:24
조회수
759

기업 발바닥 핥는 건 공론 아니다

 노동자가 잇따라 목숨을 잃었다. 2016년 5월 지하철역 플랫폼 안전문을 고치다가. 2018년 12월 탄가루 때문에 앞이 깜깜한 컨베이어 벨트 아래에서. 2021년 10월 물이 두려웠음에도 잠수해 배 밑 따개비를 떼다가. 2021년 11월 한국전력 고압 전력선 전봇대 위에서.

 모두 생때같던 젊은 노동자. 온전한 안전 장비도 주지 않은 채 죽을지도 모를 곳으로 이들 등을 떠민 한국 사회에 미래가 있을까.

 젊은 노동자를 잇따라 잃었음에도 한국 국회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에 지나지 않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을 내놓는 데 그쳤다. 애초 논의했던 “징역 3년 이상”이어도 모자랐을 텐데 이리 손대고 저리 물러서더니 이달 27일부터 ‘50억 원 이상 건설 현장과 50인 이상 사업장’에만 먼저 책임을 묻기로 했다. ‘50인 미만 사업장과 50억 원 미만 건설 현장’에는 2년 뒤인 2024년 1월부터 맞춰 쓰자며 미룬 것.

 참으로 기함할 노릇이다. 지난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828명 가운데 78.6%가 50인 미만 사업장, 71.5%가 50억 원 미만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였다. 무려 611곳. 현실이 이런데도 ‘2년 뒤에나 보자’는 것이니 사람 목숨을 이토록 가벼이 여겨서야 될 일인가.

 사람, 노동자가 웃어야 기업이 산다. 노동자가 안전해야 마음 편히 땀 흘리고 그 덕에 사장도 웃을 수 있다. 함께 웃으며 성장하고 보람도 찾는 바탕이 될 중대재해처벌법을 서둘러 전면 시행하는 게 옳다.

 더는 목숨 잃는 노동자가 없도록 하루빨리 일터 안전을 보살피자는데 몇몇 언론은 엉뚱한 보도를 냈다. “혼란 가중”이라는 둥 “산업 현장 아우성”이라는 둥 “실효성 미지수”라는 둥. 특히 한 매체는 “반기업 폭주”라고까지 썼다.

 이게 ‘공론(公論)’인가. 아니, ‘노동자보다 기업 먼저’로 읽혔다. ‘광고 앵벌이’로 들렸다. 스스로 공정 언론이라 일컫자면 이래선 곤란하다. 진짜 여론에 풀 바르지 말라. 여론은 7개월 만에 또 무너진 현대산업개발 공사 현장 때문에 가슴을 저민다. 생때같은 여섯 노동자가 2022년 1월 11일 허물어진 콘크리트 더미 속 깜깜한 삶과 죽음 사이 어딘가에 또다시 깔렸다.

 거듭된 참사에도 “반기업 폭주”라며 돈벌이할 텐가. “산업 현장 아우성”이라며 광고주 눈치나 볼 텐가. 기업 발바닥을 핥는 건 공론이 아니다. 공론을 짚지 않는데 어찌 스스로를 언론이라 일컬을 수 있는가. 부끄러운 줄 알라.

2022년 1월 1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작성일:2022-01-12 14:30:24 1.217.161.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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